[기술]병원에 들어온 3D프린터…인공뼈 만들고 수술 정확도 높이고
- 2016-01-28
- 관리자
병원에 들어온 3D프린터…인공뼈 만들고 수술 정확도 높이고
병원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한 수술이 늘어나고 있다. 수술 부위를 미리 모형으로 만들어 수술 정확도를 높이거나 인체에 맞는 인공뼈를 만드는데 이용된다. 11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3D프린터를 이용한 암 수술이 20건 진행됐다. 신장암 수술에서 가장 많이 쓰였고 간암, 폐암 등 다른 부위로 확대되고 있다. 병원 연구팀은 3D프린터가 수술 정확도를 높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장암 수술은 신장 전체를 제거하는 완전절제와 암 부위만 잘라내는 부분절제로 나눈다. 종양 크기가 4~7㎝일 때는 일부만 절제하는 부분절제술을 시행한다. 부분절제는 신장 기능을 살리고 만성신부전증 등의 합병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장은 정맥과 동맥이 복잡하게 연결돼있어 부분절제는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연구팀은 지난해 신장암 부분절제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3D프린터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우선 수술을 받을 환자의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이를 토대로 3차원으로 된 컴퓨터지원설계(CAD) 도면을 그렸다. 그 다음 3D프린터를 이용해 실제 신장 크기의 모형을 완성시켰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장 모형을 통해 혈관과 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CT나 MRI에서 보이지 않던 부위까지 확인 가능했다. 처음에는 설계 자체가 오래 걸렸지만,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시간도 단축시켰다. 현재 설계 도면은 3시간 이내 완성되고 프린팅 작업은 7~8시간 가량 소요된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병원 내에서는 비뇨기과가 신장암 수술에 가장 많이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고, 20여명의 다양한 진료과 의사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술 정확도를 높였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보다 많은 의료진과 병원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장 모형은 환자들의 수술 과정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환자들은 CT나 MRI 영상만 봐서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일부 환자는 모형을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모형은 레지던트나 간호사 교육에도 쓰이는 등 점차 의료현장에서 3D 프린터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월러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세계 3D프린터 시장규모는 2012년 22억 달러에서 올해 37억 달러, 2021년 108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3D프린터의 주요 활용 분야는 소비재와 전자 제품 20.3%, 자동차 19.5%, 의료 15.1% 등으로 꼽힌다. 의료 분야는 1990년대부터 얼굴뼈와 치아 제작에 3D프린터를 활용해왔다. 최근 2~3년 사이 3D 프린터의 특허가 풀리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서울성모병원은 2013년 코와 콧구멍이 없는 안면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몽골 환자에 3D 프린터를 이용해 화제가 됐다. 의료진은 일반 성형수술로는 복원이 불가능하자 3D 프린터로 콧구멍과 기도 지지대를 만들었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3D 프린터를 이용해 골반뼈에 생긴 종양인 골육종 환자의 맞춤형 골반뼈를 제작했다. 의료진은 환자 골반뼈의 신경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종양 부위만 절단한 골반뼈를 만들고 수술에 성공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인체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 연구가 늘어나면 3D 프린터로 인공장기까지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의사와 공학자,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수다. 문영래 조선대병원 3D융합기술센터장은 “의료 현장에서 3D 활용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한국은 정보기술(IT)과 제조, 의료의 강점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Chosun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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