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3D프린팅 심장…영화 아닌 현실
- 2024-09-02
- 이상호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 해 1800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특히 말기심부전의 경우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3000~4000건 정도의 심장이식수술이 진행되며 인구고령화로 인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장기이식공여자가 늘 부족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그 대안으로 ‘인공심장’이 떠오르고 있다. 인공심장은 1982년부터 연구가 진행,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최근 의미 있는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영화 같은 일도 있었다. 바로 올해 7월 텍사스 심장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티타늄인공심장’ 이식에 성공한 것. 당시 환자의 생존기간은 단 8일이었지만 이 사례를 통해 인공심장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 연구진은 3D프린팅으로 심장근육세포 구현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심근세포와 심장조직의 주성분인 콜라겐단백질, 히알루론산을 혼합한 바이오잉크를 만든 후 심실의 1/6 크기로 제작했다. 제작된 미니심실은 3개월 이상 박동했으며 실제 심장처럼 자극을 주면 더 빨리 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국내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의학연구단 조승우 연구위원 연구팀은 박훈준 가톨릭의대 교수 연구팀과 체외에서 심장미세환경을 구현하는 심장 오가노이드 제작·배양기술을 개발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와 조직공학기술을 이용해 만든 인공장기유사체로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평가 등에 활용된다. 심장 오가노이드는 심장의 3차원 구조와 기능을 구현해 2차원으로 배양된 세포모델보다 장점이 많다.
지금까지 제작된 심장 오가노이드는 개체 간 크기·기능의 편차가 크고 분화도, 성숙도, 기능성 등에서 실제 심장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장기 맞춤형 조직공학기술을 개발, 기존 한계를 극복했다.
심장의 다양한 세포구성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심근세포 외에도 심장섬유아세포, 혈관내피세포 등을 혼합 배양해 제작했다. 실제 심장조직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포 간 상호작용과 세포 및 세포외기질 간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심장 오가노이드를 제작한 것이다.
응용가능성도 검증했다. 심장 오가노이드는 약물의 유효성 및 심장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심독성을 예측하는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부정맥유발위험이 있는 약물을 이 오가노이드에 실험한 결과 약물반응이 기존 임상데이터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조승우 연구위원은 “오가노이드는 향후 체외모델플랫폼으로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심장조직을 근본적으로 재건하는 재생치료제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에 개발한 조직공학기술은 다른 장기 오가노이드에도 접목, 추후 임상치료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