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요약 :
몸 불편한 반려동물, 3D 프린터로 '아이언펫(pet)' 변신
지난 5일 조선일보에는 ‘아이언맨' 세계 1위... “엄마, 보고 있나?”(https://bit.ly/3ayb9nI) 기사가 실렸습니다. 하반신이 마비된 김병욱(지체장애 1급·46)씨가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을 착용한 뒤 재활에 성공하고, 지난달 열린 국제 재활 로봇 올림픽 ‘사이배슬론 2020’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공학(醫工學) 발전이 김씨에게 새 인생을 선사한 겁니다.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도 '아이언펫(pet)'이 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3D(3차원) 프린터와 3D 모델링 기술 발달이 아이언펫 시대를 열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3D 프린터는 플라스틱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가볍고,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의 몸에 딱맞게 맞춤형 인공기관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는 몸이 불편한 반려동물이 의족을 착용한 사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듦새가 좋지 못해 오히려 척추 손상 같은 다른 질환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의족을 착용한 개가 "이거 정말 불편해요"라며 짖어도 이를 사람이 알아 들을 수 없는 것도 문제죠.
이렇듯 장애동물도 장애인처럼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인공기관이 필요합니다. IT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미 동물 인공관절 전문업체 '오소펫츠'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동물 의족을 만들고 있다"면서 "반려동물 크기와 무게, 자세, 보행 형태 등을 고려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다이브 디자인’은 컴퓨터 3D 모델링 기술을 통해 의족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어떻게 작동할지 가상 테스트를 합니다. 좋은 의족을 만들기 위해선 실제로 만들어 보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데, 정교한 3D 모델링을 이용하면 시행착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바이오닉 펫츠’의 데릭 캄파나 대표는 “성장기에 있는 동물을 위해 의족을 만들 경우 3D 프린터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자라나는 크기에 맞춰 인공기관을 자주 교체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말 발굽·악어 꼬리·새 부리도 만들어
3D 프린터 기술이 '견(犬)생역전'만 가능하게 하는 게 아닙니다. 몸이 불편한 말, 독수리 심지어 악어도 3D 프린터 덕분에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
2015년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목장에서 뛰놀던 조랑말 '샤인'은 개에게 왼쪽 뒷다리를 물려 피범벅이 됐습니다. 상처부위에 감염도 심했죠. 농장주는 샤인을 데리고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수의대를 찾아 "뭐라도 제발 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샤인은 발굽을 절단해야 했죠. 말의 경우 발굽이 잘리면 통상 안락사를 시키는데, 콜로라도 주립대측은 키 76cm, 몸무게 68kg에 불과한 조랑말 품종 특성상 희망이 있다고 봤습니다. 수백kg에 달하는 일반 말이었다면 의족이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데 샤인은 의족을 달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오소펫츠사(社)는 3D프린터로 샤인이 착용할 인공 말발굽을 특별 제작했습니다. 의족을 신기고 벗기기 용이하도록 스키부츠의 모습을 본땄습니다. 발굽 부분은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처럼 요철(凹凸)을 냈습니다. 수술 한 달 뒤 샤인은 의족 말발굽을 신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꼬리가 잘려 헤엄을 못 치던 악어도 3D프린팅 기술로 다시 꼬리를 갖게 됐습니다.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2008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피닉스 파충류학회는 한 불법 악어농장주의 트럭을 급습했습니다. 화물칸 안에는 악어 32마리가 있었고, 그 중 당시 4살 새끼악어 '스텁스'는 꼬리가 잘려 있었습니다. 좁은 곳에 갇혀 있던 악어들이 그의 꼬리를 먹어 버린 것이었죠. 스텁스는 구출됐지만 물에서 헤엄칠 수 없었습니다.
보호시설에서 연명하던 그에게 2013년 코어연구소와 미드웨스트대 연구진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라텍스와 실리콘 소재의 꼬리를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스텁스와 크기가 비슷한 악어의 꼬리를 본땄죠. 1m가 넘는 꼬리를 한번에 ‘인쇄’하는 대신 관절 마디마디를 찍어내 연결했습니다. 스텁스는 수차례 수영 강습 끝에 5년만에 물속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악어 스텁스의 성장에 맞춰 계속 알맞은 꼬리를 새로 만들어 공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60년간 40개의 꼬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2012년 미국 조류보호 비영리단체인 버즈오브프레이 노스웨스트는 밀렵꾼의 총에 맞아 윗부리 절반이 날아간 흰머리수리를 위해 3D프린터로 부리를 다시 만들어 끼워줬습니다. 덕분에 이 흰머리수리는 다시 먹이를 먹고 깃털을 다듬을 수 있게 됐습니다.
비싼 제작비에 재활도 필요
문제는 비용입니다. 지금은 3D 프린터로 의족 같은 동물 인공기관을 만드는데 약 1000~2000달러(110만~220만원)가 든다고 합니다. 동물병원 응급실에 반려동물을 맡겨본 사람이라면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보편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제작비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용을 아끼려고 집에서 보급형 3D 프린터를 이용해 반려동물 의족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반려동물에게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의족의 경우 잘 맞지 않으면 통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뼈와 피부가 맞닿는 곳에 궤양 등 치명적인 내상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이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기구를 착용했다고 해도 사람처럼 이에 적응하는 재활 기간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반려견은 재활 기간이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재활 비용은 또 별도죠. 동물 재활 전문가인 테레사 웬드랜드는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장애 정도에 따라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기구 효과가 다를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다리를 잃은 반려견에게는 3D 프린터 기술이 정말로 필요하겠지만, 근육 통증 정도라면 침술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출처 : 조선일보 테크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