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3D 프린팅’으로 맞춤형 장기 이식수술 가능할까?
- 2017-01-04
- 오두환
‘3D 프린팅’으로 맞춤형 장기 이식수술 가능할까?
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얼마 전 뉴스에 소개된 내용이다. 미국 병원의 심장외과 전문의들은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수술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환자는 림프종 치료를 위해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하던 중 심장 판막에 문제가 생겨 인공판막 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의 판막 상태가 일반인들과 달라 정확한 위치와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의료진들이 찾은 해답은 ‘3D 프린팅’ 기술이었다. 환자의 심장을 컴퓨터 단층촬영한 후 ‘3D 프린터’로 복제해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인공판막을 시뮬레이션 해본 후 가장 적당한 인공판막을 골라서 수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형태의 기술을 ‘적층 제조(additive manufacturing)’라고 하는데, 이미 보석과 전자제품, 자동차부품을 제작하는데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의료분야에도 적용이 시작되면서 또 다른 의료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흔히 공상과학만화는 약 30년 정도 앞서간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가 되고 있다. 사이보그나 로봇태권V 등은 이제 만화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화됐다. 로봇이 청소를 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인간을 대신해 하는 것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3D 분야’도 마찬가지다. ‘3D 프린팅’이 출범한지 10여년밖에 안 됐지만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3D 프린팅’이란 입력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특수 고분자 물질이나 금속가루를 뿜어내 그 재료를 층층이 쌓은 후 자외선이나 레이저를 쏘아 재료를 굳혀 완제품을 만드는 기계를 말한다. 산업용으로 출발한 ‘3D 프린팅’ 기술이 의료에까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인공 치아를 포함해 사람 몸속에 삽입하는 인공 턱, 관절, 심장 보철물 등은 기존 방법의 경우, 며칠씩 걸리던 것을 단 몇 시간 만에 만드는 세상이 됐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턱뼈 재건 그리고 콜라겐과 연골세포, 조직배양에 필요한 영양물질을 혼합해 만든 젤리 형태의 인공 귀 등은 향후 의학분야에 불어올 새로운 변화의 예고편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인간의 세포까지 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은 생체조직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복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아직은 실험단계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개별 인체에 꼭 맞는 기관을 주문 제작하는 날이 올 것이다. 미래에는 살아있는 세포로 만들어진 ‘바이오 잉크’가 개발될 것이고, 실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을 연결할 정도로 정교한 장기를 만들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이 임상의사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원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기대해보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다. 장기 기능이 망가져서 고생하는 심장병, 당뇨병, 신부전, 간경화 등의 환자에 사용될 수 있는 맞춤형 인공장기를 ‘3D 프린팅’으로 만들어 이식할 수 있는 치료법이 기대된다. 물론 그 전에 윤리적인 문제 등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출처]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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