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프린팅은 `생산의 민주화`를 이뤄낸 3D프린팅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용구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4D프린팅을 3D프린팅에 `프로그래밍 가능한 물질(프로그래머블 매터)` 개념을 더해 기존 제조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제품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프로그래머블 매터는 몸 속으로 주사되면 보형물이나 인공장기로 조립되는 물질을 의미한다. 3D프린팅이 원하는 모양을 그대로 찍어내는 데 그쳤다면, 4D프린팅은 시간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GIST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용구 교수와 이종호, 설재훈, 함성일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GIST `4D 프린팅 사업단`은 지난해 발족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진행하는 `4D프린팅 시뮬레이터 기술 개발 사업자`로 선정돼 2018년까지 19억원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이용구 교수 연구팀은 프로젝트 첫해 성과로 4D프린팅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4D프린팅 시뮬레이터는 3D프린터로 출력한 결과물이 물리적 성질, 외부 환경과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 지 예측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외부 환경 변화를 거친 출력물 최종 형상을 예측할 수 있다. 원하는 형상이 있을 때, 어떤 밑그림(내부 재료 구성과 형태)을 뽑아내야 하는지 역방향 계산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연구팀 목표는 개발한 시뮬레이터가 외부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세 가지 창의소재(하이드로젤, 형상기억폴리머, 니티놀)를 지원하도록 엔지니어링 데이터베이스를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는 세 가지 창의소재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 엔지니어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는 4D프린팅이 세계적으로 태동기에 불과한 상황에서 미래부의 발빠른 재정 지원이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4D프린팅이 발달하기에 기술적 토대가 부족하다는 점을 한계로 들었다. “4D프린팅이 보급되려면 두 개 이상의 재질을 동시에 출력할 수 있는 3D프린터가 필요한데 국내에는 고체기반(FDM) 방식이 주류라 소재 선택이 제한적”라며 “4D프린팅이 보급되려면 폴리젯(잉크젯) 등 고부가가치 3D프린터 제작 기술을 확보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하드웨어 기술 개발과 동시에 소규모 파일럿 프로젝트도 진행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MIT, 하버드, 버지니아 공대, 조지아 공대가 4D프린팅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MIT는 자유롭게 배치된 휴대폰 부품에 에너지를 가하면 완제품으로 자가 조립되는 연구를 발표했다.
시장조사기업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 Sullivan)은 향후 5년간 항공·우주·보건과 전자, 소비자 가전에 4D프린팅이 사용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 예로, 독일 BMW는 100주년 선포식 때 `얼라이브 지오메트리(Alive Geometry)` 기술이 적용된 콘셉트카 `BMW 비전 비히클 넥스트100`을 공개했다. 4D프린팅이 적용된 펜터(fender)로 타이어를 감싸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커브길을 돌 때 타이어가 회전하면 펜더가 변형돼 타이어와 펜더간 간섭을 배제하는 식이다. 이처럼 4D프린팅은 미래 제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GIST `4D프린팅 사업단`은 정부에서 최초로 시작한 4D프린팅에 특화된 연구단”이라며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미래에도 그 위상을 유지하도록 4D프린팅 기술 선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출처]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