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대화해 택시처럼 목적지 따라 주행하고 호출도
외형은 케이블카, 전기 모터로 움직여…맞춤제작 가능
IBM의 인공지능을 장착한 3D프린팅 자율주행 미니버스가 미국에서 선을 보였다.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승용차를 제작한 미국의 신생기업 로컬 모터스(Local Motors)가 지난 16일 워싱턴 인근 내셔널 하버에 새 사무실을 열면서 자율주행 미니버스 ‘올리’(Olli)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버스의 외형은 기존 버스보다는 케이블카를 닮았다. 프랑스 기업 이지마일(EasyMile)이 지난해 선보인 자율주행버스 EZ10과 흡사하다.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버스다. 최대 12명이 탑승하는 올리는 운전자 없이 아이비엠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의 도움을 받아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레이더, 라이더, 카메라 등 30개가 넘는 센서가 파악한 도로 정보와 왓슨이 수집한 교통 데이터를 결합해 도심 거리를 운행한다. 이 회사는 오픈소스 방식의 개발 플랫폼을 통해 앞으로 승객들이 필요로 하는 센서들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비엠의 슈퍼컴퓨터 왓슨을 인터넷 클라우드망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두뇌로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퀴즈쇼에서 우승해 이름을 날린 왓슨은 이후 의료부문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고도의 분석과 추론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엔 왓슨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변호사도 등장했다. 로컬 모터스와 아이비엠의 왓슨 사물인터넷 연구실은 음성-문자변환, 개체 추출 등 네가지 개발자 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활용해서 슈퍼컴퓨터에 승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이는 승객들이 통상적인 방식으로 올리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 승객들은 올리에 질문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왜 이쪽 길로 가는지, 차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어떤 경로로 갈지 따위를 물어볼 수 있다. 시내 특정 장소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는지, 맛있는 음식점을 추천해줄 수 있는지도 물어볼 수 있다. 올리는 사물인터넷망을 통해 왓슨과 연결돼 있는 덕분에 이런 질문에 대답하고 요청사항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로컬 모터스의 시이오 존 로저스(John Rogers)는 기술적 준비는 끝났으며 행정당국이 허락하는 대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컬 모터스는 올 여름엔 워싱턴 디시 도로에서 시범 운행을 하고, 이후에는 장소를 옮겨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시범운행을 할 예정이다. 올리와 같은 자율주행 미니버스의 가장 큰 이점은 고정된 노선 뿐 아니라 택시처럼 승객들의 목적지에 따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정해진 승차장소에서 탑승할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특정 장소로 호출할 수도 있다. 기존 버스와 택시의 특성을 함께 갖춘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수송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올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시속 25마일(40킬로미터) 이내로 기존 교통수단과 어깨를 견줄 수는 없다.
주행성능과 안전성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기존 교통망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의 보조 이동수단이나 특정 지역내의 이동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로컬 모터스는 기업이나 대학 캠퍼스 내의 이동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업체 대표 로저스는 대부분의 부품은 3D프린팅을 통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목표는 이 차의 구성부품들을 약 10시간 안에 프린트하고, 한 시간 안에 조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세계 각지에서 현지에 적합한 디자인의 미니버스들을 손쉽게 맞춤제작할 수 있는 시대를 여는 꿈을 꾸고 있다. 2007년 설립된 로컬 모터스는 크라우드소스, 오픈소스를 활용해 자동차를 제작하는 회사이다. 자동차 애호가들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이 커뮤니티의 멤버들과 협업해 디자인 스케치부터 설계, 생산, 출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처리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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