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 폐’ 모델이 개발됐다. 호흡기질환 연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주목된다. 

포스텍은 정성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김미현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치료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호흡기질환 감염 연구와 약물 테스트를 위한 인공 폐를 만들고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 온라인판에 연구결과를 게재했다고 6일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약 710만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신속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하려면 10~15년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2차원(2D) 세포배양이나 동물실험과 같은 연구 플랫폼은 인간의 체내 환경을 정확하게 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팀은 호흡기질환 연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3차원(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3D 인공 폐’를 개발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세포와 생체 재료를 사용해 실제와 유사한 조직과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재생 의학과 신약 개발 등의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이 만든 인공 폐는 실제 사람의 호흡기처럼 혈관 내피와 세포외기질, 상피층 등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 간 접합과 점액 분비 등 구조 및 기능이 실제 인체의 폐와 매우 유사하다. 

인공 폐 모델의 상피층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첫 관문인 특정 단백질(ACE2, TMPRSS2)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극소량의 바이러스에도 감염이 일어났다.

또 기존 2D 세포배양 모델은 감염 후 5일 내 세포가 파괴됐던 반면, 연구팀 모델은 21일 동안 감염으로 인한 세포 병변과 장벽 붕괴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감염 경로와 바이러스 증식, 숙주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발견했고 실제 코로나19 환자 데이터와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와 몰누피라비르가 감염된 상피층에 도달하는 경로와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메커니즘도 재현했다. 2D 세포배양 방식에서는 약물을 상피세포에 직접 투여했으나 3D 모델에서는 약물이 인공 폐 조직을 통해 조직 장벽을 투과했다. 인체와의 유사성으로 치료제 효과와 적정 용량, 잠재적인 부작용을 보다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 교수는 “학계는 10년 내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코로나뿐 아니라 여러 호흡기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책임연구원은 “팬데믹에 대비하려면 3D 세포·조직 배양 기술을 이용해 임상 연계성을 고려한 초기 효능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활용해 인체 감염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