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깨지기 쉬워 정밀 제조가 어려운 세라믹을 여러 가지 소재로 정교하게 3D 프린팅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윤희숙 재료연구소 분말/세라믹연구본부 책임연구원 팀은 광(光)중합형 세라믹 3D 프린팅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같은 층에도 다른 소재를 인쇄해 이전보다 정교한 3차원 세라믹 구조체를 만들 수 있는 ‘다종 세라믹 3D 프린터’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두 종류 이상의 재료를 사용해 세라믹을 인쇄할 수 있는 3D 프린터가 개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중합형 세라믹 3D 프린팅은 세라믹 분말이 섞인 반죽 상태의 재료에 빛을 쬐여 빛을 받은 부분만 굳히는 방식으로 인쇄한다. 기존에는 수조를 통해 재료를 공급했기 때문에 프린팅이 진행되는 동안 수조 속 재료가 세라믹에 반사된 빛을 반복적으로 받으면서 변형이 일어났다.
한번 수조에 담겼던 재료를 다시 사용할 수 없어 버리는 재료가 더 많은 문제가 있었다. 윤 연구원은 “3D 프린팅은 컴퓨터로 정밀 설계한 구조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재료를 아낄 수 없다면 이런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 연구원 팀은 필름 형태로 재료를 공급하는 세라믹 3D 프린터를 개발했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재료를 입힌 테이프가 지나갈 때 빛을 쪼여 순간적으로 한 층, 한 층을 굳혀서 붙이는 방식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쌓아나가는 것이다. 사용하고 남은 필름은 그대로 3D 프린터 하부로 회수돼 다시 재활용 된다.
특히 연구진이 개발한 다종 소재 세라믹 3D 프린터는 재료 공급 필름 2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인쇄 모듈이 층마다 180도로 회전해 두 필름의 재료를 번갈아 인쇄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필름 안에서도 재료를 달리 할 수 있어 같은 층 안에서도 여러 가지 재료를 인쇄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여러 세라믹을 동시에 사용해 정교한 하나의 구조체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두 종류 이상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기존의 수조 공급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이 3D 프린터는 원자로 핵심 구조체, 항공우주 장비, 의료 기기,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에 필요한 다양한 세라믹 소재의 부품을 인쇄하는 데 활용 가능하다. 세라믹 외에도 금속, 복합재 등 다른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윤 연구원은 “치아 임플란트, 고관절 등 환자 맞춤형 인공 구조물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다양한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기술이전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201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