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3D프린터로 찍어낸 가짜알로 바다거북 알 밀렵꾼 잡는다
- 2020-12-22
- 관리자
○ 본문요약 :
중앙아메리카의 국가 코스타리카에서는 바다거북이 해안가에 산란한 알이 음식 재료로 거래된다. 바다거북은 대부분 멸종위기종으로, 알을 채취해 유통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정력에 좋다는 속설 때문에 코스타리카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바다거북의 알을 훔치는 범죄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범죄자들은 훔친 알을 교묘하게 밀거래 한다.
환경단체 파소 파시피코와 영국 켄트대 공동연구팀은 이런 불법 거래를 단속하고 알 채취를 근절하기 위해 밀거래를 추적하는 가짜 알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3D 프린터에 신축성 있는 폴리우레탄 소재를 넣어 바다거북 알과 똑같이 생긴 가짜 알을 찍어내고, 이 가짜 알 내부에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GPS-GSM 송신기를 탑재했다. GPS-GSM 송신기는 실외와 실내 모두에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진짜 알과 무게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가짜 알 내부의 빈 공간은 실리콘 고무로 채웠다. 연구팀은 가짜 알이 진짜 알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팀은 GPS-GSM 송신기를 넣은 가짜 알을 코스타리카 해변 4곳, 총 101개의 바다거북 둥지에 배치하고 위치를 추적했다. 그 결과 25%가 불법 거래자들의 손을 통해 이동했다. 일부는 인근 주택가나 해변에서 2km 떨어진 술집으로 이동했고, 가장 멀리는 137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 알은 이틀 동안 이동해 슈퍼마켓 하역장에 옮겨진 뒤 주거지역에 도착했다. 판매상들이 바다거북 알을 직접 방문 판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슈퍼마켓 하역장은 알을 훔친 사람과 판매하는 사람이 만나는 인계점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제보도 받았다. 해변에서 43km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 신호를 보낸 가짜 알의 사진이 도착했는데, 제보자는 거래 장소, 거래량에 관한 정보를 함께 보냈다.
이번 가짜 알 프로젝트를 진행한 파소 파시피코의 보존과학 책임자 킴 윌리엄스-귈런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범죄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더 와이어’에서 테니스 공 등에 기기를 심어 마약상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가짜 알로 만든 추적 시스템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현재 그가 속한 연구팀은 프랑스령 기아나의 한 단체와 본격적으로 가짜 알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남미에는 상어 지느러미를 불법적으로 채취하는 문제도 심각하다”며 “가짜 거북 알처럼 상어 지느러미의 유통 경로를 밝혀내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