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엔진 분해 없이 결함 잡고… 3D 프린터로 부품 제작… ‘정비 혁명’은 진행 중
- 2020-11-30
- 관리자
○ 본문요약 :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적 인간’은 인류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도구의 제작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인간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문명을 만들어냈다. 도구의 사용은 필연적으로 정비로 이어진다. 좋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구적 인간은 곧 ‘정비의 인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시인들이 사용하던 단순한 석기부터 정비는 시작됐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정비의 개념은 변하지 않았다. ‘고장 나면 고친다’는 사후 정비의 단순한 패러다임이 정비의 역사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고장을 막기 위해 미리 고장 날 만한 곳을 손보는 예방정비가 그것이다. 예방정비로 인간은 도구를 더 오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의 정비는 예방정비에서 더 진화한 상태기반정비(CBM)다. 장비 안에 내장된 각종 센서를 활용, 실시간으로 모니터하며 작동 이력과 정비자료 등을 수집·분석해 최적의 정비 요구도를 도출해내 이를 바탕으로 정비하는 상태기반정비는 불필요한 정비 소요를 제거해 안정성과 신뢰성, 효율성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국방일보는 이미 지난 2월 명확한 근거에 따라 상태기반정비를 활용하고 있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의 모습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선제적 정비, 즉 CBM+를 추진하고 있다. 누적된 센서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활용, 신뢰도를 최적화해 정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국방부의 계획이다.
정비창 내 한편에서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부품 제작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설계팀 이준걸 주무관은 “이곳에서 설계, 출력한 각종 부품과 공구 등은 항공기술연구소(항기소)의 품질인증을 거쳐 사용되고 있다”면서 “HH-60 헬기의 ETS 탱크 플랜지(Flange)같이 실제로 사용하는 부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부품은 꼭 제작사 규격에 맞춰 제작돼야 합니다. 그만큼 정밀도가 중요하죠. 3D 프린터는 이 정밀도를 담보해 줄 수 있는 미래 장비입니다. 제작사가 단종해 더는 만들어지지 않거나 수급이 어려운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어 정비 효율성도 높아지겠죠.”
박 중령의 설명이다. 그는 3D 프린팅이 단순한 모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창조의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미래 발전성입니다. 기존 부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능력을 키워 상상을 구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분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