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치과산업, 3D 프린터로 새롭게 출력하다
- 2020-10-08
- 관리자
○ 본문요약 :
영화 ‘빅 히어로’(Big Hero 6)를 보면 천재 공학도 ‘히로’는 형과 함께 만든 로봇 ‘베이맥스’에 3D 프린팅을 활용해 만든 갑옷을 장착하여 슈퍼히어로로 만든다. 이는 영화 장면이라 과장된 것이 아니다. 1980년대 3D 프린팅 개념이 처음 제안된 이래로 지난 수십 년간 3D 프린팅 기술은 꾸준히 발전되어 왔으며, 산업 전반에 파고들어 영화와 같이 실제 사용 환경에 적용되고 있다.
치과 산업도 예외는 아닌데 다품종 소량생산과 개인맞춤형 제작이 용이한 3D 프린팅의 특징과 치과 산업의 특이성이 맞물려 그 적용이 꾸준히 확산되는 추세이다. 3D 프린팅 기술 적용으로 인한 치과계의 변화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자.
3D 프린팅과 치과 산업
3D 프린팅이란 기존의 2D 프린팅과는 다르게 프린터로 3차원 물체를 제작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3D 프린터에 컴퓨터로 제작된 3차원(3D) 모델을 입력하면 액체, 분말, 필라멘트 형태의 재료를 한 층씩 쌓아 입력된 3D 모델 그대로의 물체를 제작한다. 최초의 3D 프린터는 40여 년 전인 1983년 미국 3D Systems 공동 창업자인 Charles W. Hull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후 4차 산업혁명의 대두로 빠른 제조 시간, 복잡한 구조 구현과 같은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점차 다양한 산업군들로 적용이 확장되어 가고 있다. 3D 프린팅은 크게 사용 소재(플라스틱, 금속, 세라믹 등)에 따라 방식이 분류되고, 같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출력 방식에 따라서도 다르게 분류된다.
이렇듯 3D 프린팅 출력 방식이 다양하므로 사용 목적에 부합되는 3D 프린팅 방식 선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3D 프린팅 방식에 따른 치과 분야의 적용 사례 및 가능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3D 프린팅은 치과 산업 중에서도 치아 교정 및 임플란트와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치의학 분야에서도 3D 프린팅과 관련된 연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데,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김웅 교수는 3D 프린팅된 치아 모델이 기존 공법에 버금가는 치수 정확도 및 기존 공법 대비 더욱 우수한 재현성을 보였다고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에 힘입어 치과 산업으로의 3D 프린팅 기술 적용은 앞으로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르지 못한 치아들, 3D 프린팅으로 가지런히
치과 분야에서 3D 프린팅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곳은 치아교정 및 보철 치료이다. 기존 석고를 활용한 보철 제작 기법의 경우 환자의 구강정보 보관이 용이하지 않고 파손의 우려도 있었으나, 3D 데이터로 환자의 구강을 스캔하고 3D 프린팅으로 환자 맞춤형 디지털 크라운, 브릿지 및 보철물 등을 구강 내 즉시 장착될 수 있는 상태로 제작한다면 시간과 비용 모두 획기적으로 절감이 가능하다.
치아교정 방식 중 투명교정은 투명한 레진(강화 플라스틱) 틀을 환자 개인별로 맞춤 제작하여 교정하는 방식으로 교정기가 외관상 두드러지지 않아 심미성이 우수한 교정 방식이다. 투명교정은 치열이 움직이는 치료 단계에 따른 수정된 교정 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 시간이 짧고 개인맞춤형 제작이 가능한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하기에 용이하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Candid는 약 1,900달러의 비용으로 3D 프린팅을 통해 제작된 맞춤형 투명교정기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치아교정과 달리, Candid의 치아교정은 환자가 치과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진행이 가능하다. 환자는 치과를 방문할 필요 없이 Candid사로부터 키트만 주문하여 치아 본을 따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이후 Candid에 소속된 치아교정 전문의가 수령한 치아 본을 검사하고 맞춤형 교정 계획을 세워 3D 프린팅한 후, 환자 맞춤형 투명교정기를 환자에게 보내 교정이 이뤄진다. 기존과 다른 간소화된 절차에 교정 비용 또한 저렴한데, 일반적인 미국의 교정 비용이 7,000달러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약 70% 이상 저렴하고, 집에서 환자가 손쉽게 사용 가능하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국내 벤처기업인 비즈텍코리아(대표 박지종)에서도 투명 교정기 제작용 3D 프린터 및 소재를 개발했다. 3D 프린터로 투명교정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소재가 핵심인데 교정을 가능케 하기 위한 고탄성의 3D 프린팅 소재가 필요하다. 박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분자 연구팀과 3년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3D 프린팅이 가능한 고탄성 실리콘 소재를 개발하였으며, 3D 프린팅으로 치아 위치별로 탄성도를 달리 적용할 수 있어 교정하고자 하는 부분에 탄성을 높여 포인트 교정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가능하다.
3D 프린터가 만들어내는 인공치아
치과용 임플란트는 고정체(Fixture), 지대주(Abutment), 보철(Crown)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부품들은 각각 치아의 뿌리, 고정체와 크라운 연결, 인공치아의 역할을 수행한다. 임플란트 부품은 부품의 종류, 강도, 심미성에 따라 금속(티타늄), 골드, 세라믹, 지르코니아로 사용 소재가 나뉘는데 이 중 지르코니아는 현재 우수한 내구성과 자연치아와 유사한 심미성을 갖고 있어 다른 재료들에 비해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지르코니아는 지나치게 강한 기계적 물성으로 인해 맞물리는 치아에 충격을 주고 마모를 일으킬 수 있으며, 현재의 절삭 제조방식으로는 정교한 형상 가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자연치아와 유사한 물성을 갖는 소재와 정교한 형상 가공은 임플란트 산업의 대중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인데, 이에 따라 다양한 소재 활용이 가능하고 치아 형상에 제약이 없는 3D 프린팅 방식이 임플란트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그 예로 영국 Renishaw에서는 품질관리 인증 및 생체적합 테스트의 기준에 합격한 치과용 임플란트, 보철물을 제작/판매했으며, 미국 3D Systems에서도 의료용 부품으로 EU, 미국, 캐나다 세 국가에 코발트-크롬으로 제작된 치과용 부품 크라운을 제작 지원한 바 있다.
국내 기업인 센트롤도 3D 프린팅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임플란트를 개발해 기존 3~6개월 소요되던 임플란트 치료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알린 바 있다. 3D 프린팅을 활용해 기존 고정체, 지대주, 보철로 구성된 임플란트 방식이 아닌 실제 치근과 동일한 형상을 티타늄 재질로 제작하여 치주골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외과 시술 없이 발치와 동시에 당일 시술이 가능했다. 기존의 임플란트 방식은 구조물 사이에 박테리아 감염의 위험도 있고 고정체와 지대주 사이에 힘이 집중되어 지대주의 파손 위험이 있었으나, 3D 프린팅한 임플란트는 기존 치근형상에 맞추어 제작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들의 개선이 가능했다.
또한 3D 프린팅한 임플란트의 표면에 미세한 구멍들을 구현한 치근 구조를 고안하여 표면적을 넓혀 골유착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었고, 기존의 복잡한 다층 구조물도 필요하지 않아 치료비용 및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위의 기술 또한 임상실험을 거쳐 국내에 상용화된다면 임플란트 시술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D 프린팅이 새롭게 그려나갈 치과산업의 미래
들쭉날쭉한 치아가 고민이던 김모양, 치아 교정에 도전해보려고 해도 직장생활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없으며 몇 년간 보철을 끼고 다닐 것을 생각하면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D 프린팅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이후로 치과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쉽게 치아교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구강 구조를 3D 스캐너로 스캔하고 치과 전문의에게 보내면 투명교정 3D 모델을 보내주고 집에서 쉽게 출력하여 장착한다. 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치과 산업의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국내에서도 광주 테크노 파크와 같은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곳에서 치과 분야에 3D 프린팅 적용을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치과용 부품의 까다로운 요구조건 만족을 위해 주문제작서를 기반으로 설계를 검증하고 제조 및 후처리(후가공, 세척, 멸균)를 한 후 품질이 확보된 제품을 조달하는 것을 제조 절차로 규정하여 3D 프린팅 치과용 부품의 치과 산업으로의 적용에 앞장서고 있다.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인공치아(출처: 센트롤)
▲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인공치아(출처: 센트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을 실제 치과 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국내 3D 프린팅 기술은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3D 프린팅 기술을 치과 산업에 활발히 적용하기 위해서는 3D 프린팅용 다양한 소재의 개발, 그 소재에 맞는 3D 프린터 장치 및 소프트웨어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3D 프린팅으로만 가능한 기존에 존재할 수 없었던 신개념의 구조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R&D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융복합 연구가 열악한 국내 R&D 생태계 구조는 3D 프린팅 기술의 치과 산업 적용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보인다.
소재 및 구조,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활발한 융복합 R&E를 통해 3D 프린팅 기술의 치과 산업 적용을 가로막는 한계점들이 극복한다면 치아뿐만 아니라 치아 보조용품 등 다양한 치과용 부품들이 빠른 시간 안에 환자 개인맞춤형으로 제작 및 조달되는 미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로 소비자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생체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소재 및 구조들이 개발된다면, 기존의 치과용 부품보다 더 활용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3D 프린팅과 더불어 로봇 및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 기술들이 접목되는 치과 분야의 건강하고, 하얗고,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 출처 : 치과신문
http://www.dentalnews.or.kr/news/article.html?no=28582